신축년 소띠 해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만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인하여 모든 것이 멈추었습니다. 동지가 되면 모든 것이 밝은 기운으로 바뀌게 된다고 합니다.다. 동지 기운을 받아서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동지는 글자 그대로 1년 가운데 겨울의‘한복판’을 의미하는 날입니다. 동지에는 크게 두 가지 큰 의미가 들어있다 할 것입니다. 일양시생(一陽始生)과 원화소복(遠禍召福)입니다. 고래로 동지를 일양시생지일(一陽始生之日)이라고 한 것은 차갑고 어두운 음의 기운이 차츰 쇠해지고 따뜻하고 밝은 양의 기운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원화소복(遠禍召福)이란 화를 멀리 보내고 복을 불러들인다는 발입니다. 오늘 우리들이 동지기도를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동지 날 기도하면 불보살님의 가피와 호법 신중님의 가호로 화는 물러가고 복은 생기게 될 것입니다.
‘나는 부처님의 가피로 항상 행복합니다. 나는 부처님의 가피로 늘 건강합니다. 나는 부처님 가피로 항상 지혜로운 삶을 살아갑니다.’이런 믿음으로 기도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진정한 불자입니다.
절에서 아침 예불을 모실 때 부처님 전에 올리는 행선축원(行禪祝願)의 말미(末尾)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원제천용팔부중(願諸天龍八部衆) 위아옹호불리신(爲我擁護不離身) 어제난처무제난(於諸難處無諸難) 여시대원능성취(如是大願能成就) 산문숙정절비우(山門肅靜絶悲憂) 가내재앙영소멸(家內災殃永消滅) 토지천룡호삼보(土地天龍護三寶) 산신국사보정상(山神局司補禎祥) 준동함령등피안(蠢動含靈登彼岸) 세세상행보살도(世世常行菩薩道) 구경원성살반야(究竟圓成薩般若) 마하반야바라밀(摩訶般若婆羅蜜)』
원제천용팔부중(願諸天龍八部衆), 원합노니 천용팔부의 여러 호법선신들이시여, 위아옹호불리신(爲我擁護不離身), 항상 저희들을 지키고 보호해 주시며 저희 곁을 떠나지 마시옵소서. 어제난처무제난(於諸難處無諸難), 수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어려움을 그복할 수 있게 하시며, 여시대원능성취(如是大願能成就), 이와 같은 저희들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지게 하소서.
산문숙정절비우(山門肅靜絶悲憂), 도량은 조용하고 모든 근심과 걱정이 끊어지게 하시며, 가내재앙영소멸(家內災殃永消滅), 집안의 모든 재앙은 영원히 소멸되게 하시며, 토지천룡호삼보(土地天龍護三寶), 토지신과 팔부신중은 항상 불법승 삼보를 옹호하시고, 산신국사보정상(山神局司補禎祥), 산신과 국사 등의 선신들은 좋은 기운을 더해주시며, 준동함령등피안(蠢動含靈登彼岸), 꿈틀대고 움직이는 모든 생명들은 남김없이 고통의 윤회에서 벗어나고, 세세상행보살도(世世常行菩薩道), 세세생생 변함없이 보살도를 실천하며, 구경원성살반야(究竟圓成薩般若), 마침내는 원만하게 일체지혜를 이룰 수 있도록, 마하반야바라밀(摩訶般若婆羅蜜), 마하반야 큰 지혜로 정진하고 정진하여 너 나 없이 모두 성불하여지이다.
불자의 소원과 발원이 모두 여기 들어있습니다. 물론 그 마지막은 고통 과 실의에 빠져있는 뭍생명들의 안심과 행복입니다. 모든 생명들이 진정으로 행복하고 성불할 때까지 부처님과 호법성중님들의 보호 속에서 정진하고 또 정진하여 구경에 성불하겠다는 대서원이 바로 행선축원입니다.
한 번의 기도나 수행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코로나 19’의 극복 또한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대인들에게 가장 큰 병통은 모든 일이 빨리 이루어지를 바라면서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진리는 오직 하나, 쉬지 않고 오래 오래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정진은
멈추지 않는 것이다.”고 하였는데, 정진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계속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관서유감(觀書有感)이라는 주자(朱子)의 시가 있습니다.
반무방당일감개(半畝方塘一鑑開)하니 천광운영공배회(天光雲影共徘徊)라, 문거나득청여허(問渠那得淸如許)인가? 위유원두활수래(爲有源頭活水來)라네.
반무방당일감개(半畝方塘一鑑開)하니, 몇 평 되지 되는 자그마한 연못에 한 개의 거울이 생겼는데(연못 속의 물이 맑아서 모든 것이 훤히 비치니, 천연거울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천광운영공배회(天光雲影共徘徊)라, 파란 하늘이 비치고, 연못 속에 하늘의 구름들이 한가롭게 떠다니고 있네. 문거나득청여허(問渠那得淸如許), 그대에게 묻노니, 어쩌면 이렇게 깨끗하고 맑을 수가 있는가? 위유원두활수래(爲有源頭活水來), 연못 위쪽에서 맑은 물이 계속해서 흘러들어오기 때문이라네.
활수는 맑고 깨끗한 물을 말합니다. 활수가 계속하여 연못으로 흘러들어오지 않으면 연못은 맑을 수 없습니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들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음식을 먹어줘야 하듯이 기도나 사업, 코로나19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가능하면 외출하지 말고, 손을 자주 씻고, 반드시 마스크를 쓰는 등의 지속적인 실천만이 해결의 지름길입니다.
교수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뜻의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하였다고 합니다. 아시타비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한문으로 옮긴 신조어입니다. 모든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면서 서로 비난하고 헐뜯는 소모적 싸움만 무성했다는 말입니다. 어느 때 보다도 배려와 화합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다가오는 새해는 신축년 소띠 해입니다. 소 가운데서도 하얀 소, 백우(白牛)의 해라고 합니다. 불교에서 백우(白牛)는 해탈을 의미합니다. 신축년에는 코로나 사태도 진정되고 일상의 불편함과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한 일상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신축년 새해에는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원만히 이루어지시기를 두 손 모아 축원합니다.
성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