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에 주지 승원스님의 법문을 적어 봅니다.(전문 중 일부 제외)

불자 여러분, 오늘은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날입니다. 이 땅의 모든 생명들이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로 몸은 건강하고 마음은 편안하며 이 지구촌이 전쟁과 다툼이 없이 평화롭기를 축원(祝願)합니다.

부처님은 탄생게(誕生偈)에서 “이 세상(하늘과 땅)에서 내가 가장 소중한 존재인데 많은 사람들이 괴로움 속에 빠져있으니 내가 마땅히 그들 모두를 편안하게 하리라.”(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阿當安之)고 하셨는데, 고통 속의 모든 생명들을 편안하게 하시겠다는 부처님의 말씀이 어느 때보다도 간절합니다.

온 대지가 봄의 향기로 가득하지만 그 향기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흔히 우리 인생을 초로인생(草露人生), 조로인생(朝露人生)이라고 합니다만 너무도 안타까운 현실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을 잃습니다.

해로가(薤露歌)에는

해상조로하이희(薤上朝露何易晞)

로희명조갱부락(露晞明朝更復落)

인사일거하시귀(人死一去何時歸)라고 하였습니다.

“풀잎 위의 아칯ㅁ 이슬 어찌 이리도 쉽게 떨어지는가? 아침 이슬은 내일 아침이면 다시 맺히지만 사람은 죽어 한 번 가면 언제 다시 돌아오려는가?”

너무도 많은 생명들이, 특히 어린 생명들이 너무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떨어지지 않아야 될, 떨어지지 않아도 될 꽃들이 너무 많이 떨어졌습니다. 일어나지 않아야 될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도 될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지은 동업의 결과입니다. 자신의 이익(利益)과 안일(安逸)만을 생각하는 극도의 이기주의(利己主義)가,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재난(災難)에 대한 무관심(無關心)과 무감각(無感覺)이 오늘의 사고를 가져왔습니다. 이것이 연기(緣起)며 이것이 동업(同業)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 이렇게 살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함게 참회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누구 때문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책임입니다. 희생자(犧牲者)들의 극락왕생(極樂往生)을 온 정성과 마음을 다하여 발원합니다.

한국 사람에게는 잘 잊어버리는 인자(因子)가 들어있다고 합니다만 “똑같은 말뚝에 걸려서 넘어지지 말라”는 부처님의 말씀처럼 다시는 되풀이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警戒)하는 계기(契機)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더불어’란 말은 내가 주체나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중심한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우리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 아닌 다른 것에 대한 배려(配慮)와 이해(理解)가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기도 하며 그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것인가를 깨닫게 합니다. 종교(宗敎)의 유무(有無)를 떠나서 세상 모든 일을 자기에 비추어서 살아간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가늠하게 합니다. 현봉스님께서는 “심려(深慮)는 하지 말라. 그러나 배려(配慮)는 많이 하라.”고 하셨는데 심려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므로 무익(無益)한 것이지만 배려는 마음을 쓰는 것이므로 유익(有益)한 일입니다.

배려는 자비심의 발로입니다. 자비심이 없다면 상대에 대한 배려나 이해, 나아가서 화합(和合)이 있을 수 없습니다. 배려는 모두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만일 자기의 생각이나 견해(見解), 고집(固執), 고정된 관념(觀念)이 있다면 결코 상대를 배려하거나 이해하는 마음이 나올 수 없습니다. 따라서 배려의 극치는 상대와 나를 하나로 보는 것이며 그것은 바로 지극한 자비심(慈悲心)에서 출발합니다. 배려의 극치(極致)가 바로 자비심인데 진정한 자비는 모두를 하나로 보는 마음입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의 마음은 바로 세상과 하나가 되거나 상대와 하나가 되었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입니다. 정치인 들이나 공직자들이 “국가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라고 하는 말들이 우리에게는 모두 “나를 위해서”라고 들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무릇 형상(形象)이 있는 것은 수명이 있어서 영원한 것이 아무 것도 없지만 오직 한 생각만이 영원히 윤회(輪廻)합니다. 우리는 이 한 생각을 잘 지키고 보전하여 변하거나 도망가지 못하도록 잘 간수해양 합니다. 불가의 말에 회향(廻向)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에는 돌린다는 뜻이 들어있습니다. 한 생각을 돌이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입니까? 다 지나간 뒤에는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이 없듯이 배려와 이해에도 그 시기가 중요합니다. 그때 내가 이렇게만 했어도, 그렇게 하지만 않았어도, 하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분명 실패한 인생을 사는 사람일 것입니다. 이 세상사람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잘못인 줄 알았을 때 바로 고치는 사람, 이 사람을 우리는 대인이라고 부릅니다. 모두 선행을 할 수 있어도 시의(時宜) 적절하게 시간과 사람과 장소를 잘 가려서 선행을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부처님은 자비 그 자체이십니다. 우리 곁을 결코 한시도 떠나신 적이 없습니다. 부처님은 중생과 한 몸이기 때문입니다. 금강경 오가해(吾家解) 부대사의 偈頌입니다.

섬호불상리(纖毫不相離)

여신영상사(如身影相似)

욕식불래처(欲識佛來處)

지저어성시(只這語聲是)

“털끝만큼도 서로 떨어져있지 않은 것이

마치 그림자가 몸을 따르는 것과 같다네.

부처님께서 오신 곳을 알고자 하는가?

다만 이렇게 말하는 이놈이라네.“

부처님께서는 모든 사람들을 차별 없이 평등하게 해탈의 세계로 인도하십니다. 부처님에게는 차별이 없으시며, 선택이 없으시며, 버림이 없으시며, 남김이 없으십니다. 한 중생이라도 남아있다면 결코 성불하시지 않겠다고 하신 크나큰 원력(願力) 앞에 포용(包容)되지 않을 중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부처님의 법우(法雨)는 온 대지를 고르게 적셔주시지만 깨진 그릇이나 엎어진 그릇에는 비가 담기지 않습니다.

담천대월귀(擔泉戴月歸)라는 선가의 글이 있습니다. 물동이를 이고 샘에 물을 길으러 간 아낙이 물동이 속에 샘물속의 달을 건져서 머리에 이고 온다는 글입니다. 물을 길어 머리에 이고 오는 아낙은 바로 여러분들이며 달은 바로 부처님입니다. 여러분들에게 부처님을 찾고, 부처님께 향하는 마음만 있다면 부처님은 바로 여러분들의 마음속으로 들어오실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모두 부처님을 한 분씩 모시고 가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양재동 구룡사에서 펼친 법문중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천도 발원문을 적어 봅니다.(백련사에서는 바라밀법회에서 발표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