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름 : |
관리자 [등록일 : 2004-04-07 오후 8:58:00] |
제 목 : |
가장 오래 사는 법, ‘출요경’ <3>-윤영해교수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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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 사는 법, ‘출요경’ <3>
〈출요경〉은 중관이나 유식처럼 심오한 교리를 논하지 않는다. 이 경에는 심오하여 이해하기 어렵고 차원이 너무 높아서 실천하기 힘든 그런 말씀은 없다. 반면 아주 평이하고 구체적이며 일상에 가까운, 그러면서도 우리들의 삶을 향해 ‘태양처럼 빛을 뿜는[出曜]’ 말씀들로 가득하다.
제 28 관품(觀品)에는 오래 사는 법에 대한 가르침이 있다. 젊을 때는 이런 저런 온갖 욕심에 묻혀 살지만 중년이 되면 ‘건강하게 오래 사는’ 한 가지 욕망으로 모아진다. 식욕보다 색욕보다 그 어떤 욕망보다도 가장 끊기 힘든 욕망은 유욕(有欲, 생존의 욕망)이다. 사실 식욕도 색욕도 그 뿌리는 다 생존의 욕망이다. 그래서 오래 사는 이야기는 우리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부끄러움을 알면 가장 오래 산다.
솔개는 탐욕 때문에 먹이 덮치고
힘센 자는 두려워하거나 거리낌이 없지만
그들의 목숨은 길지 못하다.
‘부끄러움을 알면 가장 오래 산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사람이 세상에 살면서 부끄러워할 줄을 모르면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 것이 없다. 마치 사납게 날뛰는 소가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함이 없는 것처럼 어리석은 사람도 그와 같아서, 생각을 내거나 행동할 때 아무 두려움이나 거리낌이 없다. 그러므로 부끄러움을 알면 가장 오래 산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병들거나 일찍 죽는 건 탐욕 때문
부끄러움을 알게 되면 오래 살아
‘솔개는 탐욕 때문에 먹이 덮치고’라고 말한 것은 무슨 뜻인가? 마치 솔개가 먹이를 탐하여 만족할 줄 모르고 사람의 물건을 덮치면서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중생들도 그와 같아서 재물과 색을 탐하고 집착하여 만족할 줄을 모른다. 그러므로 솔개가 탐욕 때문에 물건 덮치고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힘센 자는 두려워하거나 거리낌이 없지만’이라고 말한 것은 무슨 뜻인가? 저 힘센 사람은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함이 없어서 대중 가운데서 마음대로 행동하지만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 그리하여 혹 누가 꾸짖거나 충고하거나 와서 권하여 타이르면 곧 화를 내어 그의 목숨마저 끊어 버린다. 그러므로 힘센 자는 두려워하거나 거리낌이 없지만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들의 목숨은 길지 못하다’라고 한 것은 무슨 뜻인가? 사람이 세상에 살면서 남을 업신여기고 자신은 귀히 여겨서 다만 뒤바뀐 소견으로 미혹하여 깨달을 줄 모르고, 삼보의 재물을 침략하면서 제 힘만 믿는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무리의 목숨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그들의 목숨은 길지 못하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심오하고 어려운 말씀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우리의 가슴속에 깊이 와 닿는 말씀이다. 우리는 수십 수백억을 마치 먹이를 덮치는 솔개처럼 거리낌 없이 덮치다가 한 순간에 정치적 생명을 잃는 권력자들을 본다. 그들이 무리(無理)를 거리낄 줄 알았더라면, 국민들의 눈길을 두려워 할 줄 알았더라면, 청정하게 사는 이들을 향한 부끄러움을 알았더라면 정치인으로서 좀 더 오래 살았을 것이다.
요즘 병들거나 일찍 죽는 원인은 모두 지나친 욕심 때문이다. 거리낄 줄 모르고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욕심 탓에,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빨리 달리고 너무 높이 올라가려다 도리어 일찍 죽는 것이다. 〈출요경〉은 우리들의 어리석음을 한 방에 깨트리는 태양처럼 빛나는 말씀을 주신다.
‘부끄러움을 알면 그 목숨 끝없나니 한결같이 청정한 행을 구하라.’
윤영해/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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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련사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3-12 1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