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춘과 불교 >

입춘은 말 그대로 봄에 들어가는 절기이니 달력상으로는 24절기 중 소한, 대한 다음에 오는 3번째 절기이지만 계절의 시작인 봄을 알리는 절기여서 24절기의 처음으로 여기고 있다.

입춘에는 다양한 풍속이 오늘날에도 전해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입춘방(立春榜)이다.

입춘첩(立春帖), 춘첩(春帖), 춘축(春祝)이라고도 하는데 한 해 동안 가정의 안녕과 소재영복(消災迎福)을 기원하는

문구를 문설주나 대문에 붙이는 것으로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춘만건곤만

복가(春滿乾坤萬福家)’등의 글귀가 바로 그것이다.

혹은 춘련(春聯), 춘첩자(春帖子)라고도 하는데 이는 궁궐에서 문신들이 지은 신년맞이 축시(祝詩)인 연상시(延祥詩) 중에서 좋은 것을 뽑아 대궐 기둥에 써서 붙인 것을 말한다.

입춘방과 관련된 속담으로 ‘가게 기둥에 입춘(立春)’이란 말이 있다. 옛날 번화한 종로통(鐘路通)에서 허름한 임시 가건

물을 지어서 장사하다가 고위 관리나 벼슬아치들이 행차를 하면 허물었다가 다시 짓고 장사를 하곤 했는데, 이를 일러 ‘가

자(假字)’, ‘가가(假家)’라고 하였고 이 말에서 오늘날 ‘가게’란 말이 나왔다. 그런 임시 집에 대궐 기둥에나 붙일 ‘입춘대길

(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같은 입춘방을 써서 붙였으니 격에 안 어울리는 일을 할 때 놀리는 말이다.

이외에도 ‘열양세시기’에 의하면 보리뿌리를 뽑아 뿌리가 세 가닥 이상이면 풍년이요, 두 가닥이면 평년, 한 가닥이면 흉

년이라 여겼고, 오곡(五穀)의 낟알을 솥에 넣고 볶아서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작물이 풍년이 든다는 점을 치기도 하였다.

한편 제주도에서는 육지와는 달리 입춘 무렵 ‘신구간(新舊間)’이라 하여 대대적으로 이사를 가거나 집을 고치는 독특한

풍속이 있다. 이는 대한 후 5일째부터 입춘 3일 전까지 7-8일 동안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기 위해 지상에 내려와 있던 신들이 새로운 임무를 맡은 후임자들과 임무교대를 하는 어수선한 기간이기에 웬만한 일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불가에서는 입춘을 맞이하여 입춘불공을 올렸는데 동지불공과 함께 중요하게 여겨왔다. 불교에서도 입춘방과 같이 ‘다라니(眞言)’를 적어서 문이나 기둥에 붙였는데 조선시대 정조임금은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 나오는 진언을 인쇄해 나누어주고 대문 등에 붙여 재앙을 물리치게 했다는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다라니를 민간에서는 부적과 같이 신성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이라 하여 입춘날이나 대보름날 전야에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착한 일을 꼭 해야 연중 액(厄)을 면한다고 여겼다. 이에 따라 밤중에 몰래 냇물을 건너다닐 징검다리를 놓는다든지, 거지나 가난한 이들에게 몰래 선행들 베푸는 일 등을 행해했는데 남도의 어느 ‘상여소리’에 보면 이와 관련된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입춘날 절기 좋은 철에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救難功德) 하였는가, 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공덕(越川功德) 하였는가,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活人功德)하였는가, 부처님께 공양드려 염불공덕(念佛功德)하였는가”

- 글쓴이 한글불교문화사업단 김유신 팀장 / 편집 황효성 대리 -